롯데그룹이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서류전형 평가에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전형별로 4만건이 넘는 자기소개서를 철저하게 검증해 공정한 채용 문화를 일구기 위한 첫걸음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부터 서류전형 평가에 처음으로 AI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그룹 전 계열사가 참석한 채용담당자 워크숍과 올해 1월 인사팀장 워크숍에서 잇달아 AI 도입을 논의한 후 전격 결정했다.
롯데정보통신과 국내 언어처리 전문기업이 함께 개발한 AI 시스템은 3월 말부터 접수하는 신입사원 공개채용 입사지원자의 자기소개서 심사에 적용된다. AI는 서류전형에서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와 `직무적합도` `표절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지원서를 분석하고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어울리는 우수 인재인지 판별하는 것을 돕는다.
우선 인재상에 대한 부합도는 우수 인재 성향과 패턴을 분석한 결과와 지원자 정보를 비교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예측하는 것이다.
직무적합도는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의 특성이나 지원자격 요건과 지원자의 직무 관련 경험을 비교해 판단한다. 롯데는 직무 중심으로 선발하는 고유의 블라인드 채용 방식(롯데 스펙터클 채용)에 직무적합도를 판단하기 좋게 기존 직무 관련 과제에 추가로 직무 관련 보유역량 기술서를 받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각종 인터넷 웹페이지·공공·학술자료 빅데이터와 연동해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을 가려낸다.
롯데는 AI 시스템을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계열사에 시범 적용한 후 적용 계열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존 서류전형 평가방법을 병행해서 AI 심사 결과는 일단 참고할 예정이다. 앞으로 자기소개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관련 기술과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면 반영 범위와 비율을 점차 높이게 된다. 이후에는 경력사원 채용이나 직원 평가·이동·배치 등 인사 직무 전반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는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해 모든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세밀히 검토하면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인재 발굴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통상 전형별로 4만건의 자기소개서가 접수되는 것을 감안할 때 서류전형 시간을 대폭 줄여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AI 시스템 도입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능력 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한 것과 궤를 함께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모든 사업 프로세스에 적용해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앞서 롯데는 2016년 말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도입해 다양한 사업에 AI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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