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씨엔씨 해외추진팀 신입사원 이다혜 씨가 사무실 내에 진열된 수출제품 샘플을 살피고 있다.
브랜드숍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에 지난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해외추진팀 이다혜 씨(26). 소위 `명문대 졸업장`이 없는 데다 토익 점수는 900점에 못 미쳤지만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좁디좁은 K뷰티 기업 채용문을 뚫었다.
이씨가 서류와 면접 등 에이블씨엔씨 입사 전형 과정에서 받은 평가는 최고 수준이다. 대(對)중국 무역가를 목표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이 진솔하게 전달됐고 이 점이 `화장품이라는 업(業), 지원 직무, 기업에 대한 열정`을 중시하는 기업 인재상과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박종찬 에이블씨엔씨 경영지원팀장은 "이씨처럼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해 오랫동안 준비한 지원자는 `벼락치기` 공부에 나선 지원자와 비교해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씨엔씨가 몸담은 `K뷰티` 산업은 여전히 한국 대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0% 늘어난 49억7000만달러(약 5조422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수출액은 별다른 악재가 없다면 무난히 58억달러 선을 넘을 전망이다.
주요 화장품 기업의 입사 경쟁률도 이 같은 장밋빛 전망 덕에 치솟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기업은 업종과 제품에 대해 일반 제조업 기업보다 훨씬 심도 있는 혜안을 요구한다. 매일경제는 미샤 외 어퓨, 스위스퓨어 등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를 방문해 K뷰티 산업 일선에 서고자 하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에이블씨엔씨는 업계 내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잇는 국내 3위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약 2800억원에 이르는 누적 매출을 냈다. 최근 대표 브랜드의 총체적 재개편과 공격적 확장, 중국 영업망 대규모 투자 등 경쟁사 대비 `통 큰 행보`를 공언하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샤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국내 토종 사모펀드 IMM PE가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며 회사 전략에 그간 찾기 어려웠던 `대변혁`을 예고했다. 우선 대표 브랜드인 미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BI) 자체를 리뉴얼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간 경쟁 브랜드 대비 `확고한 색깔`이 없었다는 뼈저린 자기반성에서 나온 행보로 늦어도 오는 3월 결과물을 선보인다.
에이블씨엔씨는 기업 변화에 맞춰 채용 계획을 조율 중이며 이르면 올 상반기 채용문을 연다.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1·2차 면접으로 구성된다. 1차 면접은 팀장급이 면접관으로 들어오는 실무진 면접, 2차 면접은 본부장 이상급이 직접 평가하는 임원 면접이다.
회사의 공식 인재상은 △열정과 애사심 △인내에 기반한 노력과 도전 △높은 성과를 내는 집중력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박 팀장에 따르면 입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화장품 업종, 지원 직무와 관련해 쌓아온 내공`이다. 이 같은 `내공`은 결국 지원자가 그간 쌓아 올린 경험에서 나온다.
실제 이씨가 `대중국 무역가`의 꿈을 확고히 잡은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이 때문에 이후 각종 대외활동과 학업도 대부분 이 목표에 맞춰 진행됐다. 중국어 공부를 일찌감치 시작했으며 대학 전공으로 무역학과를 택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도우미, 해외 봉사 등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대외활동 프로그램에 적극 지원했다. 특히 교환학생을 홍콩에서, 인턴십을 상하이에서 하면서 1년 넘는 중국 생활 경험을 쌓았다.
약점이었던 화장품 관련 경력 부족은 `도전정신`으로 보완했다. 이씨는 "지원하기로 마음먹자마자 화장품 브랜드 단기 아르바이트에 참여했다"며 "또한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는지 확인하며 업계를 배웠다"고 전했다.
박 팀장은 "업종에 관계없이 지원 기업을 고르고, 두세 달간 책 몇 권을 읽으며 단편적으로 준비하는 정도로는 면접관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른 시일 내 경험 축적이 어렵다면, 선배건 아는 형님이건 붙들고 직장생활에 대한 내용을 꼬치꼬치 캐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화장품업계 내 `핵심`이라고 할 만한 상품기획·마케팅 방면에 입사하기 위해선 더더욱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박 팀장은 "이들 직무는 보통 `코덕(코스메틱 덕후)`으로 불리는 화장품 준전문가들이 모이는 장소"라며 "화장품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설령 입사해도 버틸 수가 없는 직무다. 여기 지원하려면 정말 본인이 화장품을 좋아하는지, 그것이 관련 경험으로 뒷받침되는지 재삼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박 팀장은 에이블씨엔씨의 미래 지원자들에게 `융통성`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에이블씨엔씨 앞에는 큰 도전과 변화가 놓여 있다. 물론 힘들겠지만, 이런 시기를 참고 견뎠을 때 그만큼 큰 보상을 얻는 게 샐러리맨의 삶이다." 변화를 앞둔 조직에서는 융통성 있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최고의 자산이 된다는 조언이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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