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인상 한달…시름 깊어지는 치킨 가맹점
서울 성북구에 있는 A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이달 초 운영 중인 3개 점포 가운데 2개를 매물로 내놓았다. 매장별로 월 500만~600만원씩 수익이 났지만 올 들어 300만원 밑으로 떨어진 데다 사업 전망이 어둡다고 봤기 때문이다. 올 들어 16%가 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급여는 물론 배달대행 수수료까지 크게 올랐지만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인 탓이다. 직원이 10명인 이 매장은 지난달 직원 급여와 배달료 지출이 작년 월평균과 비교해 각각 200만원과 70만원 더 들었다. 여기에다 기름과 포장재 등 부자재 물가가 상승해 30만원이 추가됐다. 월 440만원인 매장 임대료는 연말 계약기간이 끝나면 오를 것이 뻔하다. 당장 치킨 값을 올리기 힘든 마당에 이 매장이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다. 지난 2일부터 주문 고객에게 건당 2000원씩 배달료를 받기 시작했고, 직원 근무를 1~2시간 줄여 급여를 작년 수준으로 최대한 유지하기로 했다. 이달 초 직원 1명이 그만뒀지만 새로 충원하지 않는 대신 사장 부부가 좀 더 일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B치킨 프랜차이즈 매장도 지난달 배달직원 월급을 25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올렸다. 배달직원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 올려줄 필요가 없지만 인근 매장 배달 수수료가 올라 이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홀 서빙을 하는 직원 2명의 급여도 40만원 이상 추가 지출됐다.
치킨 가격 인상은 매년 반복되는 이슈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 직원 급여는 물론 판매 가격의 20%가량을 차지하던 배달료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가 `갑질`로 미운털이 박힌 데다 최근 정부가 외식 물가 감시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국민 간식`인 치킨은 가격을 올리기가 가장 어려운 먹거리다. 치킨 업체는 5~9년간 기본 제품인 `프라이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1만6000원짜리 치킨을 배달료 4000원을 내고 팔면 이익이 880원 남는다고 항변한다.
치킨 가격은 몇 단계를 거쳐 결정된다. 닭 사육 농가가 치킨 한 마리에 들어가는 생닭(1.6㎏)을 도계 가공업체에 넘기면 절단·염지작업 후 3500원 전후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공급한다. 본사는 1000원가량 이익을 붙여 지역에 따라 5000원 안팎에 가맹점에 도계육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작년이나 올해나 큰 변화가 없다. 가공한 닭 공급가와 물류비 등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모두 올랐지만 일단은 본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을 조리하는 과정은 고되기 때문에 매장마다 직원들에게 이미 최저임금을 넘는 보수를 지급해왔다. C치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최저시급이 6470원일 때도 9000원가량을 줬는데 올해는 7530원으로 올라 직원에게 1만원 넘게 주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압박은 배달대행 수수료다. 과거에는 배달직원을 매장에서 직접 고용했지만 배달대행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배달이 발생할 때마다 부르는 형태로 바뀌었다. D치킨 업체 관계자는 "매장에서 배달직원을 고용해 급여를 직접 줬을 때는 배달 1건당 1000원이 드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3000원을 훌쩍 넘는다"면서 "치킨 가격을 올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달비 인상이 가파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배달대행 업체는 월 20만~30만원을 치킨매장에 관리비 조로 받는데 이들 회사 역시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올해 배달대행료를 건당 500∼1000원씩 올렸다. 지난해 1㎞ 기준 3000원을 밑돌던 배달료는 3500원이 됐고, 거리에 따라 5000원도 받는다. 연휴이거나 눈비가 오는 날에는 올라간 배달료에 500~1000원을 더 줘야 배달 일손을 구할 수 있다. 이에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는 배달료를 낮추는 방안을 놓고 골몰하고 있다. 특정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어 건당 할인을 진행하거나 본사가 배달비용 일부를 보전해주는 식이다. BBQ는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을 배달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가맹점들은 치킨 값 인상 말고는 근원적인 대책이 없다며 본사를 압박하고 있다. 치킨 구입 시 제공하는 콜라와 무 같은 부대 품목을 제공하지 않는 사례도 늘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과당 경쟁 속에 소비자와 정부를 의식해 길게는 9년 동안 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른 외식 품목은 인상하기가 쉽지만 치킨은 워낙 국민 관심이 많아 2만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외식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랜차이즈 업계는 정당한 가격 인상마저 망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병호 기자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