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형일자리 난항 ◆
`광주형 일자리`의 합의 여부와는 별개로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을 감안할 때 이 모델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3~4년 전부터 내연 기관차 생산능력을 줄여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에 새로운 차 공장을 짓는 것은 차 산업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도요타·폭스바겐·GM·르노닛산 등 글로벌 업체들은 기존 차 생산기지의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차량공유 등 차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기존 생산라인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조정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는 올해 1745만대가 생산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3.9% 줄어든 수치다.
미국·유럽·일본 등 글로벌 대형 카메이커들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폐쇄하거나 모델을 줄이면서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초 한국GM이 연산 25만대 생산 규모의 군산공장을 폐쇄한 것이다.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이미 2016년부터 전 세계 3만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닛산이 북미 5개 공장의 생산량을 10~20% 감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FCA는 소형차 브랜드 피아트의 북미·중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올 들어 전 세계 7만여 명의 인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GM은 지난달 말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1만8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도요타도 북미 전체 라인업을 검토하고 부진 모델을 퇴출하기 위해 점검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글로벌 카메이커들이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차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서서히 규모를 줄여 나가며 미래 사업으로 이동하겠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소형차가 아니라 미래형 차를 생산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장은 "국내 자동차 생산이 앞으로 더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광주형 일자리도 지금 상황에서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독일의 성공 사례도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독일 폭스바겐이 고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대 초 동독의 노동자들을 유입시켜 임금을 본사보다 20%가량 낮춘 적이 있다.
김용진 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강대 교수)은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인건비를 낮춰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단순 제조업에서 생산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볼 때 미래 지향적인 공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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