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변별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영어영역 4등급(원점수 60점대)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 정시에 합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의 입시전략 수립에도 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7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8학년도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의 정시 최초 합격자에 대한 성적을 분석한 결과 영어영역 4등급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영어가 4등급이었지만 수리영역은 만점을 받아 이번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서울대는 수리 점수에 20%의 가중치를 두는 반면 영어 등급 간 점수차는 0.5점씩에 불과하다.
종로학원은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영어 2등급 이하 합격자 비중이 39%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려대도 영어 등급 간 점수 차가 적어 2등급 이하 합격자 비중이 37%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려대는 1등급 학생에게 0점, 2등급은 -1점, 3등급은 -3점, 4등급은 -5점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다른 과목에서 한 문제만 더 맞혀도 영어 점수 10점을 잃은 것을 만회하고도 남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별력 저하에 대해 "절대평가 시행 결정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이번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학생이 5만2000여 명으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원인 1만1000여 명은 물론이고 서울 주요 대학 11곳 정원 3만5000여 명보다도 많다"며 "1등급 학생이 이렇게 많아지면 수능 변별력은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 역시 "대학입시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커진 것도 있지만 영어 절대평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변별력 하락을 가져온 사태에서 더 큰 문제는 수능 변별력 저하를 메우기 위해 대학별로 점수 가중치를 달리 주고 있는 데 따르는 혼란이다. 2018학년도 대입은 영어 점수에 대한 가중치가 학교별로 큰 차이를 보이면서 고민해야 할 `옵션`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종로학원 조사에서 연세대는 수능 영어 변별력 상실에도 2등급 이하 합격자 비율이 2%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연세대는 영어 1등급(100점)과 4등급(75점) 간 점수 차이가 커 영어 2등급 이하 수험생이 합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영어 점수에 따라 연세대는 떨어지고 서울대는 붙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오종운 이사는 "영어 4등급을 받고 서울대에 붙은 학생의 경우 바보가 아닌 이상 연세대에 지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보다 등급 간 점수 차가 아주 조금 더 큰 고려대도 간당간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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