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를 계기로 정부가 1205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 총 182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이 중 16건이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혈연관계에 의한 채용비리가 공공기관 전반에 만연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채용비리 182건 중 부정청탁·부당지시·친인척특혜 36건을 수사의뢰하고, 과실 및 착오로 드러난 146건에 대해선 징계·문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2018년 11월 6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3개월여 동안 실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333개 공공기관, 634개 지방공공기관, 238개 기타공직유관단체 등 1205곳을 상대로 진행됐고, 정규직 전환 및 친인척 특혜 채용 여부가 중점 조사대상이었다.
다만 이번 조사의 단초가 된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대형 공공기관의 채용실태 조사는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 중이라 이번 조사대상에선 제외됐다. 이번 조사결과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의 일부만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사례는 상식을 뛰어넘는 경우가 즐비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공단 산하 병원의 정규직 채용 시 직원의 자녀가 응시했는데도 그 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물론 그 자녀는 합격했다.
국토정보공사는 2016년 3월 직원 자녀를 당초 자격 미달로 불합격 처리했다가 같은 해 5월 자격 미달자임을 알면서도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시켰다.
공용홈쇼핑은 `단계별 채용 작전`을 펼쳤다. 고위직 자녀를 신규채용 시험 없이 일단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2017년 5월 용역업체 관리를 총괄하는 소장이 본인이 관리하는 용역업체에 본인 동생과 지인을 채용하도록 청탁했으며 채용된 동생과 지인이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적발됐다.
전남테크노파크는 지난해 10월 임원 자녀가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서 2위였지만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줘 1위로 최종 합격시켰고, 한국기계연구원은 2016년 4월 정규직 채용 시험에서 합격자 추천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2015년 채용 당시 서류전형 배점을 조정하고 객관적 기준 없이 임의로 평가 및 채점해 직원 자녀가 서류전형을 턱걸이로 통과하도록 하고, 면접에서도 1등으로 최종 합격시켰다.
이처럼 채용비리 사실이 적발돼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총 288명(임원 7명, 직원 281명)이다. 임원 7명 중 수사의뢰 대상인 3명은 즉시 직무정지하고 수사결과에 따라 해임될 예정이다. 직원 281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찰 기소 때 관련 절차에 따라 퇴출된다. 정부는 부정행위 여파로 채용 단계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채용비리 피해자 55명에 대해서도 구제에 나설 예정이다. 부정합격자의 경우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공공기관 임직원이 기소되면 업무에서 배제되고, 일정 절차를 거쳐 퇴출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인원을 매년 기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 국가·지방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공계약 체결 시 민간업체가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에게 취업특혜를 제공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