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인사팀 구성모 과장(왼쪽)과 이재준 사원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대졸 신입채용 방식 변화에 따른 전략을 소개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상반기 대졸 공채가 없어졌다고?"
취업준비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기업 중 최대 채용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가 상·하반기 대졸 신입공채를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는 것.
상·하반기 무더기 채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당장 취준생들은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더라도 예전만큼 많이 뽑겠느냐"고 걱정한다.
매일경제가 곧바로 현대차 인사팀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것. 구성모 현대차 과장은 "오히려 취준생들의 도전 기회가 확대된다.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인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 취준생 부담도 더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가 상·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직무 중심 상시 공채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수시로 혁신 기술 인재를 현업부문에 배치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상·하반기 대규모 채용으로는 조직 내 인력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매칭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구 과장은 "대규모 공채 인원을 현업부문에 배치하다 보면 해당 부서의 실제 수요나 신입사원의 직무 전문성이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린 게 상·하반기 공채도 없애고, 채용 권한도 그룹 중심이 아닌 현업부문에 넘겨 `1년 365일` 상시 채용으로 구직자들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룹 인적성검사인 `HMAT`도 현업부문이 필요하다고 하면 20~30명 소그룹 단위로 적용된다. 수만 명의 취준생이 한날한시에 전국 고사장에 모여 HMAT를 치르는 진풍경이 사라진다.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채용시장에서 `불문율`처럼 존재했던 대졸 상·하반기 공채를 폐지한 만큼 현대·기아차의 향후 상시 채용 방식은 다른 기업들에도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통상 한 해 대졸 신입사원 8000여 명을 상·하반기 공채로 뽑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구 과장은 취준생들의 가장 큰 걱정인 채용 폭 감소 여부에 대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히려 채용이 확대되는 부문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대규모 일자리·투자계획을 공개하고 "2019~2023년까지 총 4만5000개의 신규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흔들림 없는 청년 일자리 확대 의지와 더불어 현대·기아차가 정기 공채 폐지로 취준생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지원 기회 확대`다.
구 과장은 "정기 공채 때는 3월에 지원서를 접수하고, 서류에서 탈락하면 다음 공채 일정인 9월까지 기다려야 재지원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한 회사에 지원할 기회가 1년간 단 두 번만 제공되는 대졸 정기 공채는 취업시장에 이른바 `고시 폐인`과 같은 부작용을 양산해 왔다. 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는 상시 채용은 취준생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보강하는 노력을 훨씬 수월하게 도울 수 있다.
구 과장은 "우리의 경우 서류 접수 기간만 겹치지 않으면 반복해서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월에 인사운영 직무, 3월에 기업문화 개발 직무, 4월에 인사제도 기획 직무의 채용 공고가 열리면 취준생들이 매월 다른 공고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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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과장은 "이미 현대차에서 연료전지시스템 등 수소·전기차 분야 4개 직무와 재경 부문 5개 직무의 신입 상시 채용이 진행 중"이라며 "취준생들은 각 채용 사이트에 올라오는 채용 계획을 꼼꼼히 파악하고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재경 부문은 기획·경영분석·외화자금 조달·해외법인 관리 등 직무가 세분화해 올라온 상태로 오는 26일 오후 2시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취준생들이 또 하나 걱정하는 부분은 채용 방식 변화가 기존 `서류-실무면접-임원면접`으로 단순화한 표준 전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다.
사실 이 문제는 다른 대기업들도 현대·기아차가 과연 어떤 파격적인 전형을 추가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목이다.
구 과장은 "현업부문이 자율·창조성을 갖고 직무에 따라 기본 틀도 바꿔서 진행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1차 실무면접과 2차 임원면접 대신 실무역량에 대한 심층평가를 위해 실기 테스트 혹은 동료면접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현업부문이 창조적 발상으로 직무 역량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할 것이라는 귀띔이다.
구 과장은 취준생들에게 전형 절차 변경 등 사소한 변화보다는 보다 `큰 그림`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취업시장이 직무 중심의 상시 채용으로 확산되면 스펙 중심의 현 취업시장 구조는 바뀔 수밖에 없다"며 "내가 관심 있는 직무가 무엇인지 조기에 파악하고 `대학생활 로드맵`을 잘 짜서 직무 역량을 키우는 게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별 역량을 `직장에서의 실무 경험` 위주로 생각하는 편견부터 과감하게 깨뜨려야 한다는 게 그의 당부다.
그는 "대학 수업이나 학교 활동에서 전공 심화 과목을 많이 듣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바로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별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며 "요구 역량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이나 학회 활동에 참여하는 경험도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전공이나 지식 위주로 설정된다.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현업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노력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대학생활에서 충분히 준비하면 된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인사팀 신참인 이재준 사원(2018년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로 입사)도 "자신이 원하는 직무 목표를 설정하면 청강을 통해 지식과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며 "특히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주도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몸으로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 과장은 "대졸 상·하반기 공채가 없어지면서 취준생만큼 현업부문도 더 바빠지게 됐다"며 "앞으로 현대·기아차 현업부문이 모집 직무와 관련된 대학 학과와 동아리, 랩실, 연구실 등을 찾아다니는 풍경을 취준생들도 학내에서 쉽게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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